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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마치고도 방송되지 못한 드라마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그대로 사라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배우도 달라져 있고 시청자의 취향도 옮겨가 있으니까요.
이 작품은 5년을 기다렸습니다.

1. 편성 정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첫 방송은 9월 19일 토요일 밤 10시 40분, JTBC입니다.
토·일 각 1회씩 방송되고 총 16부작입니다. '꽃파당' 후속 자리이고,
이 작품이 끝나면 10월 24일부터 '파이널 테이블'이 이어집니다.
미용실 '날아올라라 나비'를 배경으로,
자신을 긍정하고 싶은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헤어 디자이너와 인턴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극 중 미용실 이름입니다.
극본은 '청춘시대'와 '연애시대'의 박연선 작가, 연출은 김다예·김보경 감독입니다.
2. 미용실 사람들
김향기가 헤어 디자이너를 꿈꾸는 인턴 기쁨을 맡았습니다.
오윤아가 미용실 원장 미셸, 최다니엘이 헤어 디자이너 안광수입니다.
여기에 젠 역의 심은우와 박정우, 문태유가 인턴 자리를 채웁니다.
인물 배치가 그대로 이야기 구조입니다.
원장이 있고 디자이너가 있고 인턴이 있습니다.
어느 직장에나 있는 위계인데, 미용실은 그 위계가 손님 앞에서 실시간으로 드러나는 공간이죠.
가위를 잡는 순서가 곧 서열인 곳입니다.
3. 왜 5년이 걸렸을까
2020년 9월 제작과 캐스팅이 확정됐고,
이듬해 방송을 목표로 촬영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방송되지 못했습니다.
출연 배우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며 편성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법적 검토 끝에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 부분은 여기까지만 적겠습니다.
확인된 사실 외에는 제가 옮겨 적을 내용이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이 작품은 그사이 2022년 대만 플랫폼을 통해 현지 시청자들에게 먼저 공개됐습니다.
한국 드라마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방송된 셈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JTBC가 최근 재정난으로 신작 제작 일정에 차질을 겪으면서,
완성해 둔 미방영작을 꺼내 토일 시간대를 채우는 편성을 택했습니다.
지난 8월 방송을 시작한 2019년작 '꽃파당'이 그 첫 사례였고, 이 작품이 두 번째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논란으로 멈춰 섰고, 편성 사정으로 다시 움직였습니다.
4. 5년이라는 시간이 만든 변수
솔직히 이 지점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2021년에 찍힌 얼굴을 2026년에 보게 됩니다.
김향기도 최다니엘도 그사이 여러 작품을 거쳤고,
시청자는 이미 지금의 얼굴에 익숙합니다.
불리한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화면의 질감이나 소품, 유행처럼 시간이 묻어나는 요소는 눈에 걸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이 작품이 다루는 건 외모를 평가받는 경험입니다.
5년으로 낡을 만한 소재가 아닙니다.
공개된 티저에서도 그 대립이 드러납니다.
노력한다고 다 되느냐, 살만 빼면 예쁘겠다는 식의 말들이 쏟아지고,
인물들은 그 말에 정면으로 맞섭니다.
미용실 의자에 앉아 거울을 마주해 보신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그 자리가 유독 솔직해지는 자리라는 걸요.
5. 이런 분께 권합니다
박연선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셨다면 결이 맞습니다.
사건을 몰아붙이기보다 사람을 오래 들여다보는 쪽이고,
'청춘시대'가 그랬듯 각자의 사정을 하나씩 펼쳐 보이는 구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빠른 전개나 장르적 긴장감을 기대하고 보시면 답답하실 수 있습니다.
그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5년을 돌아온 드라마가 지금 통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창고에 묻힌 채 사라지지 않고 방송에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반갑습니다.
만든 사람들이 있고, 연기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날아올라라 나비'는 9월 19일 밤 10시 40분 JTBC에서 첫 방송됩니다.
1~2화를 보고 난 뒤에 판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후기로 다시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